그러고보니 히말라야에 대한 관심이 생긴것도, 트레킹이 있다는것도, 물론 내가 트레킹을 할 날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은근한 관심이 끊이지 않은 것은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의 5회독 정도를 끝낸 뒤였다.
5번을 읽어도 웃음포인트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배를 쥐고 웃게 되는 바로 그 책 말이다.
그 책의 유일무이한 단점은 사진이 적다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웹에서 이미지 검색어가 한때 "안나푸르나"였던 적이 있었더랬다.
우연히 이 책을 보고 그때 나를 휩쓸고 지나간 흥미를 생각하며 집어들었던것이 어제 오전 이었고
본격적으로 책을 읽은것은 오후1시경부터였는데 어제 오늘 양일간 꼬박 읽어내려갔다.
정말로 지루하며 할말이 없는 여행기라면 중간이상 읽지 않았을 것이었던 바,
부드럽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것은 이 책만의 재미가 있다는 뜻도 되었다.
전문 작가가 아닌 일반 범인 입장에서 본인이 겪은 바를 느낌 위주로 담담히 서술하며
위 사진과 같은 눈이 휘둥그레지게 멋진 풍광이 담긴 사진도판자료가 정말로 아주아주 많이 있어
눈이 호강함과 동시에 작가가 어떤 풍경을 보고 그토록 감동할 수밖에 없었는지,
다소 모자라보이는 정황묘사를 사진이 대신해주는 듯 싶었다.
내가 트레킹을 준비하는 목적이 아닌
그들의 여행기를 읽고 느끼는 멋진 간접경험으로 만족할 것이었기 때문에
이 책은 내 니즈에 잘 맞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트레킹을 준비하는 입장이라면 좀 다르게 여겨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배를 쥐고 웃는 웃음포인트는 없다.
그리고 트레킹 후반엔 50대 중반이었던 작가의 체력이 훅 떨어지는 바람에 작가가 그로기상태에 빠졌으므로 후반 며칠은 여행기가 거의 없다. (작가가 호텔에서 쉬느라)
그래서 다소 지루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안나푸르나와는 확연히 다른 척박한 오지의 트레킹을 했다는 사실에 대하여
간접경험을 원한다면 멋진 선택이 되리라는 생각이다.
작가의, 다소 건조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솔직한 서술은 여행의 묘미를 어깨너머로나마 만끽할 수 있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