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31일 월요일

다른이의 눈으로 해보는 일탈 -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 <김얀>

이 책은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직후 구입한 책이다.
작가가 말하는 담론이 대단해서도, 판타스틱한 이야기가 있어서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점을 기대하고 있다면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철저히 개인적이고, 다소 은밀하며, 야하기까지 한 여행기라고는 하지만
특정 도시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다.
어느 도시에 아로새겨진 작자의 추억과 간혹 있는 일탈, 그리고 로맨스,
남자에 대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책은 판형이 작아 어지간한 핸드백에 들어갈 정도이고
페이지수는 230쪽 가량 되는데
그나마도 1/3쯤은 이야기의 내용과 맥락이 그리 닿지 않는 사진들이다.

텍스트의 양은 상당히 적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입하게 만든 이 책만의 매력이 있다.

작자의 사유가 그리 깊지 않음에도
어떤 도시의 풍모를 멋지게 설명하고 있지 않음에도

나는 이 작가의 눈과 머리를 빌려
여행에서의 한순간의 일탈을 즐기는 듯한 간접쾌감을 느낄 수 있었고
아마 그점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사게 만들었던 것 같다.

나는 결코 작가가 했던 그런 여행은 해본적도 없거니와 할 수도 없기 때문에
내가 가보지 못한 미지의, 하지만 뭔가 관음증적인 시선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어제 오늘 약간은 지끈 거리는 머리를 한손으로 받치고 이 책을 주욱 읽어나가며,
꿈결속에 유럽도, 남아시아도 간것같은 그런 희미한 기분을 느끼며 책장을 덮었고
무언지 모르는 진한 기분을 느끼며 이 글을 쓴다.

2014년 3월 29일 토요일

아 떠나고 싶다..나도..!! - 스페인 너는 자유다 <손미나>

내가 이 책을 읽은 시점이 마침 공교롭게도 3박4일간의 입원을 끝내고 퇴원한 직후였다.
지끈거리는 머리와 5일간 아무것도 먹지 못해 휘청거리는 몸을 이끌고 집에 와서 누웠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책이 이 책이었다.

마침 자유롭지 못했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 영혼이 스페인에 간것 같은 자유로움을 느꼈다.
저자는 엄청난 필력을 가졌다고 보긴 어렵지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장소에 간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신비로운 능력이 있어서 나는 중간중간 자던 낮잠에서 꾸는 꿈마저 스페인의 옥색 바다와 비취빛 파도를 보게 되었다.

한 이틀 정도 이 책을 천천히 읽고 나니 나 역시 십여년의 직장생활을 박차고 스페인으로 가면 자유를 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현실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의 흡입력은 대단했다.

중간중간 저자가 찍은 사진은 그를 위한 멋진 양념이 되어 주었다.
저자는 끝까지 말한다.
자유를 부여한 것은 스페인 그 나라 자체가 아니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람들과 지내며 생긴 눈에는 보이지 않던
정 그것이라고.

그러므로 단지 자유를 찾기 위해 패키지 여행으로 스페인을 찾는다면 저자가 느꼈고 책을 쓰며 의도했던
그런 자유는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스페인에 9개월 이상 살면서 스페인에 동화되도록 노력했고 스페인 그 안으로 들어가고자 
마음가짐까지 바꾸며 노력한 사람이었고 그런 성실한 노력의 면면들은 책을 읽으며 전개되는 에피소드에서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비록 나는 현실을 박차지 못했지만
이 책을 통해서 대리만족이나마 자유로움을 느꼈다.
현실의 벽에 갇힌 것 같고 답답하며 매일 내 마음의 기상도가 “비”라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면
내 마음의 구름이 걷히고 에메랄드빛 바다가 내 마음속에 스며들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