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30일 일요일

KN의 비극 <다카노 가즈아키> -좀 뻔하지만 단숨에 읽어내려간 스토리텔링의 위력

첫 두페이지를 읽자 이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단숨에 읽어내려갔고
중간까지 읽자 잠시 텀을 가졌는데 대충 이 책의 결말을 짐작할 수 있었다.

4/5를 읽고도 책의 결말에 대해 짐작할 수 없었던 "64"와는 사뭇 다르다고 해서
이 책이 가진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을 무시할 수 없고
그 매력을 반감시키지 않는다.

대충 이렇게 전개되겠다 짐작이 되면서도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도록 하는 작가의 이야기능력은 놀랍다.

다만 중절을 이런식으로 다룬것은 조금 불편하다.
그리고 미스테리라고 소개돼있지만 미스테리라고 보긴 조금 어렵다고 생각된다.

현실과 공포를 오가는 스릴넘치고 박진감나는 물흐르듯한 이야기이며
읽고 나면 한편의 공포스러운 영화를 본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인물들의 행동과 생각 묘사등은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잘 되어 있으나
배경묘사는 적어서 머릿속의 영화엔 배경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구성은 크게 치밀하지 않으나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은 매우 큰 멋진 작품. 

2013년 6월 13일 목요일

조직의 폐부를 관통하는 스토리 - 64 "요코야마 히데오"

일은 한사람이 할 수 없다. 참 사소해 보이는 일들도 거대한 조직 차원에서 돌아가는것이 현대사회의 현실이다.
어떻게 보면 독보적인 탐정 1명이 출연해 사건을 해결하는 상황 자체가 판타지인 것이다.

트와일라잇에서 인간과 뱀파이어가 사랑에 빠지고 해리포터가 마법 빗자루를 타는 것과 같은 판타지 말이다.

한 인간이면서도 조직을 구성하는 수레바퀴로서의 사람으로서의 면면을 이토록 잘 드러낼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조직의 한 나사로 동작하는 인간의 모습과 조직에 나사로 구성되는 인간 대 인간의 갈등
조직에 소속된 사람이라면 평소 표현하기는 어려웠던 조직의 갈등과 조직의 나사로서의 역할이 너무도 잘 표현되어 있는데 대해 소름이 끼칠 것이다.

첫 챕터를 읽는 순간 내 직장생활에서 보던 모습이 겹쳐 보이는 듯 했다.
이런 일들쯤이야 어느 조직에서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라는 공감에서 시작된 독서는
평소 속독을 즐기는 나였지만
챕터 하나 하나 상당히 정독을 하며 읽게 만들었고
가슴이 덜컥~ 심장이 내려앉는 장면 (표면적인 공포가 아닌 주인공들의 내면의 갈등)이 나오면
잠시 책을 덮고 마음을 가라앉혀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책의 5/6정도를 읽으며 사건전개가 빨라지자 나도 모르게
글을 훑는 속도가 빨라진 작품이었다.

690페이지 정도의 길다면 긴 작품이었지만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았고
경찰조직내부와 주인공의 스펙타클한 갈등과 사건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지나가는
진기한 경험도 했다.

읽고 나니 뒷표지에 적힌 말이 정답이지 싶다.
작가생활 10년을 녹아낸 치밀하고 완벽한 스토리텔링.
그만큼 이 책은 흔히 급조된 스토리가 아닌 오랜 세월 장처럼 묵힌 탄탄한 이야기뼈대를 자랑한다.
그리고 등장 인물 하나 하나는 어느 조직엘 가도 있을 법한 사람들이라
직장생활을 하는 독자라면 각각의 등장인물에 주변 직장동료를 치환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 책에는 혼자 잘나 모든 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 가족을 가진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너무도 현실적인 사람냄새 나는 그런 인물이 등장하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스토리의 스케일이란 결코 작거나 사소하지 않다.
너무도 거대한 조직의 파도에서 위태위태하게 파도타기를 하는 우리 일상의 투사들이 있을 뿐이다.

진정한 사건은 우리 매일의 일상 아닌가.
이 작품은 이 점을 깊숙히 흩어냈다가 다시 모아 재해석한다.
그러면서도 너무도 사람냄새가 풍긴다.
읽고나니 사건은 지나가고 사건뒤에 남은 인간군상이 보이는 근래에 읽은 소설 중 최고의 깊이를 지닌 작품이라 감시 말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