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일 일요일

깊이있는 강력한 스토리의 강타 <요 네스뵈> 스노우맨




박진감 넘치는 안개속을 해매이다 나온 기분이다.
6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은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 나카지마 라모의 가다라의 돼지, 요코야마 히데오의 64이후로 오랜만이라 선뜻 집어든 이유가 되기도 했는데, 대개 긴 소설은 호흡이 길면서도 스토리가 복잡다단하고 깊이가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작품이 내가 처음 접한 요 네스뵈의 작품이었는데,
한 4일정도 읽으면서 푹 빠져버렸다.

서정적이면서도 묘사가 자세한데다 문학적인 표현이 아주 다채로워 읽는 즐거움에 양념처럼 배어들고, 도무지 짐작할 수 없던 범인의 정체, 그 범인을 알아내는 주인공 해리 홀레의 매력과 명석함이 녹아들어 한편의 북유럽을 배경으로 한 약간은 으스스한 스릴러 영화를 본것과 같은 기쁨을 주는 간만에 만난 문학적 깊이가 있는 작품이라 감히 생각된다.

눈이 펑펑 내린 북유럽식 합작지붕의 2층 저택이
어두운 밤 불을 환히 밝힌 저택의 마당에는 눈이 쌓여있고
쌓인 눈엔 불 밝힌 저택의 창 안을 들여보는 듯한 눈사람이 서 있을 것이다.

눈사람의 코에는 당근이 박혀있고
눈과 입은 자그마한 조약돌로 표정을 만들었으며
마당 한켠에 있는 자작나무 가지를 꺾어 만든 눈사람의 양 팔이 저택의 창을 향해 있는
이 작품을 읽고나니 으스스해지는 모습이 머릿속에 자연스레 연상된다.

이는 작가의 다채롭고 풍요로운 표현력 때문인데
번역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풍부한 아름다운 언어들의 나열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런 멋진 작품과 함께 한 11월의 첫 주말이 즐거웠다.

아마 이 책은 내가 처음 접한 요 네스뵈의 작품이었으며
결코 마지막으로 접한 그의 작품이 아닐거라는 강력한 확신이 든다.
(실은 요번 할인행사에 질러둔 책 중 하나가 요 네스뵈 대표작 3권이었는데
바로 다음에 읽을 책으로는 동 작가의 "레오파드"를 진즉 낙점해둔 터였다)

간만에 만난 깊이있는 작가의 멋진 작품이어서, 그 감동이 식기 전에 후다닥 기록을 해두어야 한다.